개요

근래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공예술은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서, 전반적인 흐름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예술가 및 청년·시민사회·도시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탐사대를 구성하였다. 5명의 탐사대원과 문화예술 플랜비는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새로운 공공예술의 주제, 영역, 키워드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한 예술가와 활동, 단체, 공간 등을 탐사하였다.

이어서 지역문화 현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각기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 단체들과 3번의 방담회를 9월에 개최하였다. 플랜비를 포함하여 6명의 단체 대표들은 최근 공공예술의 양상과 지형에 대해 자유롭고 다각적인 관점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활동 계기와 지향점, 활동 방법, 의미 등을 주제로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공유하였고, 공공예술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아울러 부산의 공공예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온라인 공론장을 11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였다. 예술과 사회, 지역의 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을 제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보다 세밀하게 일상생활 속 예술의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탐사일지는 탐사대, 방담회, 온라인 공론장의 과정을 거쳐 작성하였다. 여러 세대와 분야의 예술가, 문화기획자, 시민활동가, 도시연구자, 그리고 시민이 협력하여 탐구한 부산의 새로운 공공예술에 대한 기초적인 보고서이다.

참여 단체

1. 새생활 예술 탐사대

  • – 김덕희, 예술작가
  • – 김선영, <공간 힘> 큐레이터
  • – 우동준, <일종의 격려> 대표
  • – 정수진,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기획실장
  • – 조미성, <문화예술 플랜비> 팀장
  • – 최윤형, <시선커뮤니케이션> 대표

2. 새생활 예술 방담회

  • – 공명성, <아이테르> 대표
  • – 김대성, <생활예술모임 곳간> 대표
  • – 박미은, <나락서점> 대표
  • – 박보은, <로크스튜디오> 대표
  • – 심보라, <심오한연구소> 공동대표
  • – 정민정, <문화예술 플랜비> 실장

3. 새생활 예술 성과공유회

  • – 김대성, <생활예술모임 곳> 대표
  • – 이재은, <에어리무브먼트> 대표
  • – 찬, 명상음악 연주 및 작곡가
  • – 창파, <실험실 C> 아트디렉터

새생활 예술 탐사기

2023.12.27.(수)
1. 부산 공공예술의 흐름

문화예술 플랜비(이하 플랜비)는 2021년 <부산 공공예술 백서-산복도로 1번지 프로젝트에서, 우리 동네 공공미술까지> 사업을 통해 1970년대 이후 최근까지 부산 공공예술 흐름과 현황을 조사하고 정리하였다. 용두산 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 유엔 참전 기념탑, 부마민중항쟁탑과 같은 상징적인 기념조형물 설치를 시작으로 APEC나루공원, 부산올림픽조각공원과 같은 야외 조각공원들이 증가했다. 특히 90년대 이후에는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의 의무화로 도시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설치가 본격화되었고, 바다미술제와 부산비엔날레와 같이 부산의 장소적 특징을 활용한 대규모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전개된다.

2000년대 이후에는 벽화마을, 테마거리와 같은 도시공간의 미적 환경개선을 위한 디자인과 맞물린 공공예술 작품들이 늘어나고,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감천문화마을, 최근 깡깡이예술마을에 이르기까지 쇠퇴한 원도심 지역의 도시재생과 문화관광에서도 예술의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예술은 도시 환경개선과 시민 향유를 넘어, 시민의 직접적 참여와 고유한 지역 특성의 반영,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결합 등 목적과 방법, 형식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어서 부산 공공예술의 흐름을 3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해수욕장의 발달과 따뜻한 기후 환경 속에서, 거리공연이나 그라피티와 같은 거리에 기반한 활동이다. 둘째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고 교류해온 항구도시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대안문화, 청년문화의 흐름이다. 셋째, 부산은 짧은 역사 속에서 도시 공간이 급격하게 변해왔는데, 이로부터 발생한 문제와 연결되는 장소에 관한 탐구와 기록, 유휴공간의 예술적 활용이 많아지고 있다.

당시에는 개념화가 어려워서 담지 못한 흐름이 있다. 작품설치나 실험적 전시, 거리공연, 커뮤니티 아트와 같은 기존의 공공예술의 장르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기도 하고, 명상이나 자신만의 몸짓을 찾아보고, 채식과 같은 먹거리를 예술로 고민하는 것과 같은 활동들이다. 지역 곳곳에서 이러한 활동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어떠한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얼핏 살펴보면 사회비판적인 주제도 더러 있지만, 개인적인 관심이나 고민인 경우도 많다. 다수 대중을 향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소수의 모임과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때때로 여가와 소비, 상업적인 활동으로 인식되고, 일반적인 예술 활동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공공예술의 개념적 틀로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생겨났다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서 미쳐 지역 사회에 기록되지도 못하고 있어 포착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문화 생태계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아직은 실체가 모호해 보이는 새로운 예술 활동의 징후들을 찾아보았다. 나아가 공공적 관점에서 그러한 활동들이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관찰해보았다.

 

2. 공공예술, 생활예술, 그리고 새생활 예술

이와 같은 흐름은 시민들의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서, 전반적인 현황을 알기 위하여 예술인, 문화기획자뿐만 아니라 청년·시민사회·도시브랜딩 등 유관 분야의 전문가 5명으로 ‘탐사대’를 구성하였다. 각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나타나는 예술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한 예술가와 활동, 단체, 공간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예술적 상상력과 그 가치에 대해 여러 가지 키워드와 주제를 도출하고, 이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였다.

탐사 결과, 시민들의 직접적 체험과 참여 중심으로 예술의 향유 방식이 변화되어 가는 것은 뚜렷한 현상으로 보인다. 또 기존의 공공예술이 예술가라고 호명되는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오늘날 시민들도 직접 주체가 되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문화적 감수성이 중요해지면서 문화와 예술의 개념도 확장되고, 예술 장르 간의 융합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영역과의 결합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젠더, 환경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의제를 다루거나, 마을 기록, 먹거리, 주거공간, 공동체 활동의 영역 깊숙이 예술이 결합하는 양상이다. 동시에 공공영역과 주체들도 확장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는 예술 활동이 채식과 같은 개인의 식사습관이나 소비 태도에 변화를 촉진하는 식이다.

즉, 통상적으로 예술이 다루려고 하는 아름다움이나 이상적인 것들에 대한 접근이 아닌, 평범한 생활 속에서 소재를 포착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라 일상에 발 딛고 있는 시민들의 작은 이야기가 예술을 통해 만나고, 뭉쳐지면서 힘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새생활 예술’이라고 명명하였다. 공공미술, 거리예술(장소), 대안문화(사회문제), 청년문화(주체) 등 부산 공공예술의 흐름과 이어진 활동으로도 볼 수 있지만, 구분하여 새로운 장르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생활 가까이, 새롭게 생활의 변화(New Lifestyle)를 추동한다는 의미에서 새생활 예술이라고 명명했다.

새생활 예술은 기존의 공공예술, 그리고 생활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려는 개념이다. 공공예술은 초기에는 공공미술의 개념으로 쓰였는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 공간에, 공적 절차와 자금의 조달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설치된 작품을 의미하였다. 최근에는 전통적 설치 미술 중심의 사업뿐 아니라 도시재생, 주민참여 공동체 프로그램, 지역기록형 등 주제와 방식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공공의 문제, 이슈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완화, 해소하며 나아가 예술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 확산에 주목하여 이루어지는 활동을 공공예술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다수의 대중이 좋아하거나 향유 가능한, 사회적 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예술 활동만으로 점점 통용되는 것 같다. 공공예술에 대한 정부와 지역자치단체의 관심이 커지고 예산 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정부) 비판적이거나,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 (혹은 일부의 시민이라도 싫어하는) 예술은 공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 되면서 점점 그 범위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성에 대한 담론과 영역을 넓혀보는 계기로 새생활 예술 사례를 조사하였다.

한 편, 예술은 소수의 뛰어난 창작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생각은, 누구나 예술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생활예술의 개념으로 발전되어 왔다.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예술 활동과 이와 관련한 문화공동체의 형성이 생활예술의 개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정책적으로 생활예술을 정의하고 사업 지원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생활예술의 개념은 고급/전문예술과 대비되어 아마추어/비전문적/시민 동아리 활동 등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생활예술, 생활예술인 이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취미 예술 활동 정도로 매우 좁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관련 지원 정책과 사업들도 대체로 그러하다. 따라서 생활예술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공공예술, 생활예술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개인의 예술적 표현 증진, 주체성 및 자발성의 함양,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나 지역성의 발현, 공동체 회복 등 공적 효과를 가져오는 일련의 예술 활동을 새생활 예술이라고 명명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주제, 방법, 주체의 관점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를 시도하였다.

 

3. 새생활 예술을 찾아서

근래 예술 활동은 전보다 상당히 많이 확장, 변화되었기 때문에, 새생활 예술의 탐색이 장르나 공간의 유무, 활동 장소와 같이 개념적으로 유형화하여 파악한다면 좁은 범위에 머무르고 말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탐사대 활동 속에서 제시된 생태, 관계, 독립, 뉴미디어, 커뮤니티, 청년 등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한 조사와 소개의 소개를 받아 연구대상을 찾는 눈덩이 표집(스노우볼) 방법을 활용하여 탐색하였다. 그 결과 45개의 키워드로 41개의 단체를 아카이빙했다.

예를 들어, ‘나를 들여다보는’ 키워드를 주제로 6개의 단체를 아카이빙하였는데, <에어리 무브먼트>는 공연 창작, 장애 예술, 무용 교육, 움직임 워크숍 등 각자의 고유한 몸짓으로 개인과 공동체, 지역 사회가 연결되는 작업을 하는 무용 단체이다. <생활예술모임 곳간>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실험할 수 있는 모임을 통해 각자의 특별함과 이상함(queer)을 드러낼 수 있는 커뮤니티, 모임을 10년 넘게 열어오고 있는 단체이다. <홍예당>은 부산에서 유일한 퀴어 커뮤니티 서점이고 다양한 퀴어 문화행사와 소모임을 기획, 운영하는 곳이다.

또 다른 예로 ‘생태환경’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는 단체도 6개를 아카이빙했다. <실험실C>는 지역과 공간을 탐색하고 그 속의 미세한 역사를 발견하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생산물을 기획하는 단체이다. <지구 숲>은 제로웨이스트샵으로,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보며 잃어버린 생산의 감각을 회복하는 ‘자급자족 삶의 기술 강좌’와 같은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채식 식당 <나유타>도 있다. 식문화와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비건을 주제로 활동하는 단체로, 비건은 동물권, 생명 평화, 생태 다양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모든 차별에 대항하는 사상이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활방식의 실천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키워드에 따라 41개의 단체를 간단한 소개와 사진, 공식 연락처 등으로 정리하고, 공간이 있는 경우 지도 위에 표기하여 찾아볼 수 있도록 아카이브 홈페이지에 정리하였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탐색과 제보 등으로 업데이트를 해나갈 예정이다.

활동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몇몇 단체의 경우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공공예술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영상이다. 6개의 단체를 인터뷰했는데, 한 사례로 <진홍스튜디오>는 미디어와 무용, 증강현실을 접목하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영상예술을 기획하는 단체이다. 최근 재개발 지역(남구 감만동)을 미디어로 기록하고 있는데, 공공예술에 관한 생각을 묻자, ‘원래 계시던 주민들과 또 새로운 주민들이 함께 사셔야 하는데, 이런 아카이빙 자료들을 보면서 이야깃거리들이 만들어져서 더 화목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공공예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온라인 공론장도 진행하였다. 예술과 사회, 지역의 관계에 대한 여러 질문을 제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일상생활 속 예술의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가령 ‘나의 생활을 변화시킨 예술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라는 질문에는 ‘쓰레기를 읽고 쓰는 예술 경험을 통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동네의 작은 책방과 펍에서 인디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가수분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악기를 내밀히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이란…!’ 등의 의견이 나왔다.

또,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예술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는 ‘단절된 관계를 잇고 맺어주는 데 예술이 필요합니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술로의 만남은 차별과 차이를 두지 않아서 지속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이 사회와 접점을 찾는 과정에 예술이 필요합니다. 예술을 통해 집에서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며,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관찰하고, 이해하고, 성찰해 볼 수 있게 하는 예술. 증오와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다친 마음을 돌볼 수 있게 하는 예술’ 등의 답변이 달렸다.

 

4. 새생활 예술의 특징

새생활 예술 활동 탐색과 동시에, 현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작가, 기획자, 디자이너, 큐레이터, 청년활동가 등 각기 다른 분야의 5개 문화예술단체 대표들과 3번의 방담회를 개최하였다. <나락서점>, <로크스튜디오>, <생활예술모임 곳간>, <심오한연구소>, <아이테르>의 대표자들로 각자의 활동 계기와 지향점, 활동 방법, 의미 등을 주제로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공유하였고, 공공예술의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사례들과 방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들 속에서 몇 가지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특징들은 개념 정의라기보다, 활동들이 대체로 지향하는 바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활동 주제나 목적이 뚜렷하다. 연극, 무용, 합창과 같은 장르 중심의 예술 활동이 아니라 몇 가지 사회적인 주제나 목적과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활동이 이루어진다. 주제는 기후위기와 같은 넓고 큰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만, 이를 개인의 생활이나, 삶의 가치관으로 끌고 들어오거나, 소규모 동네 단위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다루는 등 대체로 주변 생활 속 이야기들을 예술을 통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 미시적인 영역에서 공공적 가치와 실천의 탐색과 고민이 녹아있다.

상정하는 대상들에서도 기존의 예술 활동들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공예술은 불특정 다수의 향유자 혹은 일시적 참여자를 상정하는데, 새생활 예술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아닌, 소규모 동네 단위의 이웃이 대상이 된다. 때때로 개인적인 활동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로부터 시작하는 관계들이 동료로 형성된다.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의 접근성 문제나, 혹은 00구/xx동과 같이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새생활 예술 활동은 대체로 사는 곳보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비슷한 취향과 정서의 공유와 교감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참여자를 넓히거나 확장하는 것보다, 내밀한 소통에 기반하여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시된다. 특히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서로가 각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서로 돌봄)를 지향하고 있어, 참여자들이 온전한 주체로 참여하고 성장해 가도록 한다. 개인 내면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가는 자기인식의 과정이기도 하다. 한 편, 예술을 통한 연결과 함께 활동하기를 추구하지만, 강하고 폐쇄적인 공동체보다는 낮은 문턱의, 가볍고 느슨한 형태의 열린 과정 또한 특징이다. 이에 대해 모임과 활동을 꾸려나가는 예술인들은 ‘어깨동무하듯 연약한 사람들의 모임’이면서, 낯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술을 통한 ‘나’와 ‘주변’의 발견과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지점이다.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도시와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도 추구된다. 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 혹은 새롭게 지역으로 이주해오는 이들과 예술 활동을 통한 만남은 두터운 관계의 자락을 깔아주는 일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쉽고 친근하게 만나는 활동들도 많은데, 지역에 새로운 가치도 부여하면서 흩어진 삶을 다시 연결하고, 그 도시가 가진, 그러나 침잠되어 잘 드러나지 않던 문제를 찾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한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적 시도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예술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예술의 확장 : 새생활 예술을 찾아서>는 지역의 변화되고 있는 공공예술의 현상과 그 양태를 관찰함으로써 부산의 예술인, 시민들이 추구하는 삶을 들여다보려 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예술 활동이 우리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예술적 상상력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